단기 성과에 그만 집착하세요
얼마 전 한 기업 리더십 회의에서, CEO가 이런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우리는 매년 목표 매출을 달성하는 데는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고민이 듭니다. 과연 우리 회사가 10년 뒤에도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 고민은 오늘날 많은 한국 기업이 마주한 딜레마를 잘 보여줍니다. McKinsey 연구에 따르면 한국 대기업들의 조직 건강 지수(Organizational Health Index, OHI)는 이미 글로벌 선도 기업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특히 경영 목표를 구성원에게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게 하는 역량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단기 성과주의라는 위험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분기별 실적, 1년 단위 KPI, 빠른 성과. 이러한 사고방식이 위계적인 리더십과 결합되면 강력한 실행력을 낳지만, 동시에 조직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케빈 스니더 전 맥킨지 아시아 회장은 한국 기업의 실행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1~2년의 단기적 성과 달성에 치중하고, 권위주의적인 리더십과 위계 질서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너무 강하다는 점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즉, 오늘날의 성공을 가능케 한 바로 그 문화가 내일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조직이 성과를 만든다
맥킨지는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 100개국, 2,500여 개 조직, 800만 명의 직원을 분석했습니다. 이 데이터는 조직 건강이 장기적 성과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임을 보여줍니다.

- OHI 상위 25% 기업의 총주주수익률(TSR)은 하위 25% 대비 3배.
- 코로나19 기간 동안 건강한 조직은 59% 더 적게 재무적 어려움을 겪음.
- 대규모 변혁 프로젝트에서 건강에 투자한 기업은 35% 더 높은 TSR을 기록.
- 인수합병(M&A)에서도 건강한 기업은 경쟁사 대비 22%포인트 더 높은 성과.
이 수치들은 조직 건강 관리가 단순히 “있으면 좋은 일”이 아니라,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네 가지 실행 원칙, Power Practice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조직의 건강을 얻고, 또 지켜낼 수 있을까요?
연구는 장기 성과에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실행 원칙(Power Practices)을 제시합니다.
- 전략적 명확성 (Strategic clarity)
건강한 조직은 비전과 전략을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로 전환하고, 이를 모든 구성원과 공유합니다. - 역할 명확성 (Role clarity)
건강한 조직은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불필요한 관료주의를 제거하는 구조와 프로세스를 갖습니다. 모호한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합니다. - 개인적 오너십(Personal ownership)
건강한 조직은 자신의 일에 깊은 책임감을 가진 리더와 매니저를 육성하며, 그 주인의식을 팀과 구성원들에게도 전파합니다. - 경쟁 인사이트 (Competitive insights)
건강한 조직은 자신들의 시장 위치와 가치 제안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적 우선순위와 자원 배분을 결정합니다.
이 네 가지가 제대로 작동할 때 조직은 회복탄력성, 적응력, 성과가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냅니다. 반대로 이를 소홀히 하면, 아무리 뛰어난 인재를 보유해도 성과는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역할 명확성, 오너십, 그리고 ‘목적의식’

특히 이 네 가지 중 역할 명확성과 개인적 주인의식은 인간의 본질적 욕구인 목적의식과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 자신에게 무엇이 기대되는지, 자신의 역할이 전체 전략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명확히 알 때, 구성원들은 “내 일이 왜 중요한가”를 깨닫습니다.
단순한 실행자가 아니라 결과의 주인으로 신뢰받을 때, 일은 단순한 과제를 넘어 자부심과 의미가 됩니다.
맥킨지의 다른 조사 결과는 이 점을 수치로 보여줍니다. 경영진의 85%는 자신의 일이 개인적 목적과 연결되어 있다고 답했지만, 일선 직원 가운데 그렇게 느낀 사람은 단 15%에 불과했습니다. 이른바 ‘목적 격차(Purpose gap)’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연구는 이를 단순한 슬로건이나 캠페인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체감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업무 설계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스프린트가 아닌, 마라톤을 준비할 때
조직 건강은 결코 부차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오히려 재무 성과만큼이나 측정 가능하고, 예측 가능하며,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건강한 조직은 단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혁신을 지속하며, 우수 인재를 유지합니다. 반대로 건강을 소홀히 하는 조직은 단기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잃고 변화의 속도에 뒤처지게 됩니다.
“당신의 조직은 10년 뒤에도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출처: McKinsey - Organizational health is the key to long-term performance